본문 바로가기
내가좋아하는그글&책

글_이정하_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

by 연짱。 2016. 11. 7.







많이들 봤을 문구인 "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" 이는 이정하 시인의 작품이다.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독자들이 사랑했던 시들과 새로 쓴 시 여러 편, 그리고 왜 이 시를 써야 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시작 노트를 묶어 함께 엮은 책이다. 시로 다할 수 없는 이야기, 시 속에 감춰진 작가의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 있으며, 그 시를 통해 작가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. 








어느 순간,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.

그럴 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.

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.


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. 

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 

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 

나는 세상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. 

그러고는 

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. 


그로 인해 

내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 

까맣게 몰랐다.
















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. 

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. 

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 

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. 

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. 


그래, 내가 낮은 곳에 잇다는 건 

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. 

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. 

잠겨 죽어도 좋으니 

너는 

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