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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좋아하는그글&책

[책_리뷰] 279. 최갑수_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

by 연짱。 2017. 9. 4.






최갑수 작가의 책은 유독 미적인 요소들이 많다. 아마 이 책이 그러지 않을까싶다. 나름 많은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. 이유는 책을 보게 되면 아, 그렇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.


역시 표지부터 이게 뭔지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. 눈 내린 날에 찍은 사진인 것 같다.






최갑수_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_예담



이 책은 내가 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출간했다. 그러다보니 아쉽게도 읽지 못했다. 물론 나온지도 몰랐다. 관내 도서관에 최갑수의 책들을 읽기 위해 찾다가 빌린 책인데, 책 이름이 뭔가 이분법적이다. 사랑아니면 여행. 삶이 사랑과 여행뿐인가? 그만큼 최갑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. 이와 관련해서는 마지막에 다시 말하겠다.





그러니까, 우리말이에요,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. 서로의 말은 빗나가지만,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아요. 서로의 마음은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.

p.194



어자피 시간은 지나가고, 시간은 우리에게 의미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는다. 우리는 경험하고 늙어갈 뿐이다.

p.296





최갑수_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_예담



이 책은 한 챕터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책의 글귀를 적고 시작한다. 그리고 그게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. 따지고 보면 여행하면서 적었던 글들에 상응하는 글귀를 찾아 적은것이라고 볼 수 있다. 전자처럼 된다면 억지로 글을 쓴 게 되는 것. 그러면 글을 읽는데 무언가 심심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.





나는 다작을 한 그 이기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곳들을 돌아다녀봤을까,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, 1년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까 하는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.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것이 본업이기에 자신은 아무렇지 않겠지만, 독자들은 참 궁금할 것이다. 누구나 여행을 하고 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는데, 1회 그치지 않고 수회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. 


무엇보다 그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.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.






최갑수_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_예담



누구나 그렇겠지만 책들을 읽다보면 공감되는 글귀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밑줄을 긋거나 필사를 할 것이다.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남기는 편인데, 이 도서는 물론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2% 부족한 느낌이다. 그런데 이게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이다. 꼭 내가 하고 싶은 말, 내가 하는 말 같은 느낌을 말한다. 다시 말해 박진영의 트레이드 마크인 [ 말하는 듯이 처럼 ] 그런 텍스트들로 구성되었다.




문득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했던, 그 시절이 그리웠다. 표를 사기 위해서는 매표소로 가야 했고, 고백하기 위해서는 당신 앞에 서야 했던 더없이 단순했던 그 시절

p.137



고백하자면 나는 5년 전 내가 세웠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.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,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. 이것은 우연의 인생을 대하는 더 적당한 태도일 것이다.

p.343





최갑수_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_예담




목차구성이 스토리가 있다. 나, 너, 우리, 여행 기승전여행이다. 왜 최갑수 작가는 그토록 여행을 말하고 있을까? 그 이유는 프롤로그와 마지막 장에 담겨져 있다.



마지막 챕터의 소개 글귀는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이다. [ 사랑을 하면 삶은 모험의 연속이 되고, 만남은 순간순간 아찔한 경이가 됩니다 ] 이제서야 조금은 이 책 제목이 이해가 된다. 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알게 되는 과정이므로 이 또한 내 삶의 모험이 될 수 있다. 그리고 만남은 매번 똑같은 만남이 아닌 다른 만남이기에 어쩌면 행복한 시간, 어쩌면 짜증나는 시간, 어쩌면 이별의 괴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. 


그렇다고 사랑과 여행이 치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. 삶이 항상 여행이 될 수는 없기에. 그러나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무언가를 주기 위해 여행을 하라는 것, 사랑을 하라는 것 같다. 지친 내 몸에 회복을 시켜주는 것이 사랑과 여행이기 때문이다. 


지금도 그 누군가들은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.